작품 소개
북한 작가가 쓰는 반체제 소설, 실명이 아닌 필명으로 비밀리에 남한으로 원고를 반출시켜 호소할 수밖에 없었던 유일무이한 사연이 이 책의 주제를 더욱 공포스럽게 합니다.
반디의 <고발>은 북한 생활의 가혹한 현실을 폭로하는 강력한 에피소드들의 모음집입니다. 김일성과 마르크스의 초상화를 보고 경기를 일으키는 아기를 위해 커튼을 쳐버린 엄마의 비극, 김일성 애도 기간에 발견된 빈 술병에 대한 오해로 아들과 말다툼을 하다 결국 총까지 빼들고 마는 보위부원의 이야기, 허가증이 없어 발이 묶여버려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는 아들의 이야기 등 시대를 뛰어넘는 높은 문학성과 저항정신이 담긴 일곱 편의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2016년 프랑스, 일본, 포르투갈을 시작으로 캐나다, 영국, 미국,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등 20개국 18개 언어권에서 출간이 이어졌고, 2017년 2월 마침내 한국에서 새롭게 선보였습니다. 당시 다소 냉담했던 국내 반응과는 달리 2017년 최고의 화제작으로 영국 펜(PEN) 변역상 수상, 문학전문지 "더밀리언즈"가 선정한 가장 기대되는 작품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피눈물에 뼈로 적은 나의 이 글"이라는 작가의 서문처럼 <고발>은 억압에 대한 자유, 그리고 생존을 위한 인간의 불굴의 의지를 생생하고 여과 없이 묘사했습니다. 작가 반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어떤 것인지 알아보겠습니다.
1. 공포의 폭정
<고발>의 가장 강렬한 주제 중 하나는 북한 사회를 지배하는 만연한 공포 분위기입니다. 작가는 캐릭터의 일상을 형성하는 편재한 공포감을 능숙하게 포착합니다. 생생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그는 두려움이 어떻게 통제 도구로 사용되어 반대 의견을 억누르고 정권의 철권을 유지하는지 보여줍니다. 각 이야기에서 등장인물들은 단 한 번의 실수로 인해 목숨을 위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체제 속에 살아갑니다. 지속적인 감시와 당국에 신고된다는 위협은 신뢰가 부족하고 편집증이 심화되는 환경을 조성합니다. 이러한 공포 분위기에 대한 반디의 묘사는 소름 끼치면서도 그것을 직시하게 하며, 이것이 개인과 가족에게 미치는 심리적 피해를 드러냅니다. 작은 반항조차 할 수 없는 억압적인 상황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 대해 깊은 연민과 동시에 읽기만 해도 숨이 막혀오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2. 희망과 용기: 인간 정신의 회복력
압도적인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고발>은 인간 정신의 탄력성에 대한 증거이기도 합니다. 반디의 등장인물들은 억압적인 정권에 갇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경에 맞서 놀라운 힘과 용기를 보여줍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지속적인 희망의 힘과 생존 의지를 말해주는 조용한 저항의 순간들로 가득합니다. 반디는 개인이 시스템에 반발하는 작지만 중요한 방식을 강조합니다.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위험을 무릅쓰는 어머니, 직장의 불의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 금지된 명절을 비밀리에 축하하는 가족 등 이러한 저항 행위는 자유와 존엄성을 향한 인간의 타고난 욕구를 강조합니다. 이를 통해 인간은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유지할 수 있고, 생각의 자유를 요구하는 용기는 그것을 억누르는 힘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각 에피소드는 안타까움과 동시에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며, 가장 어두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정신을 포기하지 않는 등장인물들에 감탄하게 됩니다.
3. 자유를 향한 도전
<고발>의 등장인물들은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운 삶, 보복의 두려움 없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삶을 갈망합니다. 자유에 대한 이러한 갈망은 이야기 전반에 걸쳐 끊임없이 동요되어 등장인물의 행동을 주도하고 그들의 운명을 만듭니다.
반디는 자유를 향한 여정이 취하는 다양한 형태를 신랄하게 묘사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곳으로 탈출하는 것이 꿈이고, 어떤 이들은 자신의 나라가 인권이 존중되고 정의가 승리하는 사회로 변화되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꿈을 추구하는 등장인물들의 투쟁과 희생은 가슴 아프고 감동적이며, 독자로서 우리는 종종 당연하게 여겨지는 자유에 대한 깊은 감사와 자유롭게 살 권리를 위해 계속 싸우는 사람들에 대한 깊은 연대감을 갖게 됩니다.
결론
북한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엿보고, 폭압적인 북한 체제를 통렬하게 비판한 소설입니다. 매일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북한 주민들은 그야말로 비참한 현실에 놓여 있지만, 그곳에서도 제대로 된 사고를 하는 사람들과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더욱 무겁고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허구인지 현실인지 분간되지 않을 그의 소설은 단순한 이야기 모음집이 아닌, 전 세계의 독자들에게 전하는 정의와 인간 존엄성에 대한 분명한 요구입니다.